작은물결어린이청소년/[어린이기자단] 2015년 탄생 116주년 기념 특집호

[소년한국]편집·취재 우리 손으로… 소파 선생님 후배 기자 됐어요

방정환의 벗 2015. 11. 10. 10:59

편집·취재 우리 손으로… 소파 선생님 후배 기자 됐어요


송은하 기자 dia@snhk.co.kr
황재성 기자 goodluck@s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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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린 잡지 표지예요." 7일 서울 개벽사에서 방정환 탄생 116주년 기념 '어린이' 특집호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디자인부 어린이들이 자기가 그린 표지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원들은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통일', '가족과 함께하기', '책 읽기'등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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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끝내며 어린이들이 종이비행기를 힘껏 날렸다. 비행기에는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에게 남긴 지침인 '어린이 동무들에게' 내용 중 한 가지씩을 적었다.

"어린이들에게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 그래야 생각이 넓고 커짐은 물론이요, 또한 부드럽고도 고상한 인격을 가지게 됩니다."

'어린이의 영원한 벗'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남긴 말이다.

선생은 놀이ㆍ문학ㆍ역사ㆍ상식 등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는 잡지가 어린이의 문화이자, 친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1923~1934)를 창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서울 강북구 개벽사(아래 박스 참조)에서 방정환 탄생 116주년(9일)을 기념해 '어린이' 특집호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잡지 기자로 변신한 어린이와 그들이 만든 잡지를 들여다봤다.

△잡지 수습 기자로 변신한 어린이

'수습 기자' 이름표를 목에 건 어린이 32명이 분주해 보였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표지 그림을 그릴 디자인부는 먼저 '통일', '아무것도 안 하는 밤' 등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지에 적었다.

'어린이날'로 사행시를 지어야 하는 문화1부도, '어린이에게 중요한 것은 놀이인가, 공부인가?'를 토론해야 하는 사회부도 바쁜 건 마찬가지. 이렇게 과제를 수행하는 모둠을 돌며 "잡지를 만드는 소감이 어때?"라고 묻는 건 보도부였다.

'어린이' 특집호 만들기 현장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참가자는 실제 잡지사처럼 나뉜 디자인부, 편집부, 사회부, 보도부, 문화1부, 문화2부, 문화3부 등 7개 모둠에서 주어진 과제에 따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나갔다.

이날 행사는 한국방정환재단이 '잡지 기자 방정환'의 면모를 알리고 어린이들이 직접 잡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신여성', '학생', '별건곤', '부인' 등 다양한 잡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둠별로 의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선생의 창작 만화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을 2015년형 이야기로 바꿔 만화로 표현한 문화2부가 가장 빨랐다.

김민준(서울 동자초등 4) 양은 "원래 동화엔 시골 쥐가 전차를 타는데 저희는 KTX를 타는 걸로 바꿨어요. 하지만 시골 쥐는 서울 사람의 무관심 때문에 시골로 돌아가요. 갈 땐 무궁화호를 타요. 왜냐면 뭐든 빨리빨리 하는 서울이 지겨워서요."라고 재해석한 작품을 들려줬다.

△"방정환 선생님 살아 계셨다면 감동했을 것"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감을 안 지키면 잡지가 나올 수 없어요."

진행자의 알림에 어린이 기자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졌다.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이 되자 모둠별 발표가 시작됐다. 놀이와 공부 사이에서 팽팽한 토론을 벌인 사회부는 결국 중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공부가 사라지는 세상이 "천국, 할렐루야"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놀기만 하면 "꿈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와서다. 문화1부가 '어린이날' 사행시를 발표할 때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운을 뗐다.

"어: 어린이처럼 자유롭게 생각하시고, 린: 린스처럼 부드럽게 웃으시는 방정환 선생님, 이: 이 많은 어린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날: 날 중의 날 어린이날을 만드셨다."

보도부 김린아(서울 철산초등 5) 양은 "오늘 여기에 와서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 잡지를 만든 걸 처음 알게 됐어요."라며, "보도부라서 인터뷰하고 기사 쓰는 게 힘들었지만 재밌는 하루였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어린이 기자가 만든 결과물은 12월 중순 잡지로 발간된다. 이번 특집호 이름은 이제 어린이가 방정환 선생의 벗이 돼 주겠다는 의미에서 '방정환의 벗, 어린이'로 정했다.

염희경 한국방정환재단 연구 부장은 "선생님이 이 자리에 살아 계셨다면 분명 감동받았을 것 같아요. 반응이 좋은 만큼 해마다 행사를 열어야겠어요."라고 흐뭇해 했다.

◇근대 잡지의 산실인 '개벽사'

1920~30년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잡지 등 여러 간행물을 만들던 출판사 건물. 원래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다가 1969년 현재 위치인 강북구 우이동으로 옮겨졌다. 당시 언론ㆍ출판 운동의 중심지였던 개벽사는 '근대 잡지의 산실'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