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문학관/방정환 선생님의 잡지기자 시절

세계 최초의 어린이날과 소파 방정환 (반거들충이 한무릎공부님의 블로그에서)

방정환의 벗 2015. 9. 10. 15:36

세계 최초의 어린이날과 소파 방정환 ▣ 여시재(如是齋) ▣

2015.05.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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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동절이나 근로자의 날로 불리는 날이어서 쉬는 곳이 많군요. 본래 어린이날도 5월 1일이었다죠? 한때 5월 첫째 일요일로 바뀌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하다가 5월 5일로 자리를 꽉 잡았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날 기념 포스팅을 남겨 봅니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날이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뜻밖일지 모르지만 영국, 프랑스, 미국의 달력에는 어린이날이 없습니다. 캐나다의 어린이날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고, 남미의 여러 나라도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합니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산타클로스로 널리 알려진 성 니콜라스의 날인 126일로 대신합니다. 아프리카 지역은 대부분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이 겹치고요.

군 입대 기념행사에서 유래한 스위스의 어린이날인 81일은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입니다. 터키의 어린이날인 423일은 의회가 처음 열린 국가 주권의 날입니다. 인도는 네루 수상의 생일인 1114일이 어린이날이고요.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55일이지만 양력 단오절 풍습을 따랐을 뿐입니다. 또 이날은 남자 아이들을 위한 날이고, 여자 아이들의 명절은 33일에 따로 갖는다는군요.

그럼 어린이날은 어느 나라에서 처음 만들었을까요? 바로 우리나라올시다. 192251일 천도교 소년회에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고, 전국적인 기념일이 된 것은 이듬해인 192351일부터입니다. 이날은 도쿄 유학생을 중심으로 색동회가 창립된 날이기도 하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터키에서 어린이날이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터키는 독립전쟁 끝에 1923년에 건국되었는데 어린이날은 1927년부터 정해졌거든요.

올해로 93회를 맞은 우리 어린이날은 처음인 것 못지않게 의미도 아주 남다르군요. 어린이날이 아예 없거나 날짜가 제각각인 것도 마뜩잖지만 외국의 어린이날은 대개 독립 기념일이나 정부 수립일과 같은 정치적 경축일, 성탄절과 같은 종교적 축제일, 혹은 일본처럼 전통 민속을 끌어다 억지로 곁붙인 날이니까요. 오롯이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의 날을 만들어 별스럽게 기념하는 것은 애오라지 우리나라뿐입니다! 게다가 공휴일이기까지......

 

어린이라는 예쁜 말, 어린이가 주인공인 뜻깊은 날을 만든 것은 소파 방정환입니다. 어린이들이 반길 멋진 선물도 방정환이 손수 장만했습니다. 19227월에 나온 《사랑의 선물》입니. 안데르센, 그림 형제, 샤를 페로,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한 세계 명작 동화 10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삽화를 곁들여 사랑의 선물》로 내놓으면서 방정환은 짤막한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학대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우리처럼 또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들을 위하여 그윽이 동정하고 아끼는 사랑의 첫 선물로 나는 이 책을 짰습니다.

 

사랑의 선물》을 마중물로 삼아 방정환은 더 큰 선물을 꿈꾸었습니다. 이듬해인 19233월에 드디어 잡지 어린이》가 창간되었거든요. 스물네 살의 청년 방정환이 바라는 세상은 아무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자연의 소리와 하늘의 소리가 고스란히 노래가 되는 곳, 뛰노는 모습 그대로 자연의 모습이자 하늘의 그림자가 되는 땅이 과연 있을까요?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하늘나라! 그것은 우리의 어린이의 나라입니다.

 

사랑의 선물》을 안겨 주고 어린이》 편집에 팔을 걷어붙인 방정환은 방방곡곡을 누비며 순회강연, 아동극, 동화 구연, 소년회 조직, 문화운동에 나섰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되 잠시도 어린이들과 떨어지지 않은 나날이었죠.

안타깝게도 방정환을 소파 할아버지나 뚱보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절은 오지 않았습니다. 고작 서른두 살 한창때인 19317월에 갑자기 쓰러진 방정환은 그대로 어린이들 가슴속에 영원한 동무로 남았습니다.

​좋은 말로 시작해서 왠지 슬픈 이야기로 마감되다니......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은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제공해 주신 사진입니다. 초판이 아니라 11판인데, 그나마도 매우 희귀한 책이어서 국내에 두어 권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방정환의 어릴 적 사진은 아마 처음 보실 겁니다. 일본 유학 시절의 모습도 인터넷에서 도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요. 육필사진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동심여선(童心如仙)은 방정환의 묘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생전에 남긴 동심시선(童心是仙)이라는 말이 진짜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이 곧 신선”이라는 뜻입니다.

​방정환 인물과 육필 사진은 모두 소명출판과 케포이북스에서 제공해 주셨고, 《소파 방정환과 근대 아동문학》(염희경, 경진출판, 2014)에서 허락 없이 무단 인용, 무단 편집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러시면 안 됩니다. 게다가 원본 이미지가 아니라 일부만 따서 편집된 이미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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