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3호점 우리동네키움센터
물결이 원지윤
100년 전, 방정환 선생님께서 잡지 <어린이> 부록으로 제작하신 '말판' 에 대해 알아보고 모둠별로 주제를 정하여 <○○ 출세 말판>을 만들어보는 활동입니다.
첫 번째 시간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 독자들이 놀 수 있도록 다양한 '말판'을 제작하였는데, 그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고 합니다. 주제 또한 다양해서 '조선일주 말판', '세계일주 경쟁 말판', '어린이 출세 말판', '동물경쟁 말판', '조선 13도 고적탐승 말판' 등이 있었다고 해요. 마침 길동무(박혜성, 어린이청소년미술교육디자이너, 방정환재단 전문위원)가 준비한 '어린이 대운동회 말판'과 '조선 13도 고적탐승 말판'의 사진 자료를 감상하면서 100여년 전에는 말판, 즉 현대의 보드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사진 속 말판에 ‘어린이’가 아닌 ‘이린어’로 표기되어있는 점을 포착해 질문하기도 하며 100여년 전 말판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이번 활동의 주제인 <○○ 출세 말판>에서 출세라는 단어를 어려워했는데, 길동무가 '출세'란 당시에 '세상에 태어남'이란 의미로 <○○ 출세 말판>에서는 어떠한 것이 세상에 나타나 성장하고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에 들어갈 주제는 어린이가 될 수도 있고 빵이 될 수도 있고 다양!!
제가 맡은 모둠은 다섯명 한 팀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말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주제, 칸의 개수, 규칙 중에서 우선 주제를 먼저 정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보는 물결이가 아직은 낯설기도 하고 주제를 생각하는 것도 막연..., 그럴 때마다 센터 길동무께서 아이들을 이끌어 주셨어요.
주제가 <○○ 출세 말판>인 만큼, 시작(출발)과 완성(도착) 그리고 그 사이의 과정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각자 주제를 생각해보고 그 과정을 번호를 매겨 적어보기로 했어요.
각자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보고 그와 연관해서 주제를 정해보다!
한 아이는 본인이 키우는 사마귀 ‘민트’를 얘기했는데, 이후 종이에 사마귀 민트가 스포츠카 경주(=스피드레이싱)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경주를 하고 싶은 민트를 시작으로 스포츠카를 갖게 되는 경위, 운전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연습하다가 동네 경주 왕이 되고, 결국에는 챔피언이 되는 ‘스피드레이싱 출세 말판’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두 명씩 묶어 각각 고양이가 입양이 된 후의 일상, 고양이가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고양이 출세 말판 이야기를 같이 지어냈습니다.
어느 것을 모둠 주제로 선택하지?
각자 자신이 생각한 주제가 마음에 들어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본인의 것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들을 하나씩 골라 모은 다음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합쳐냈습니다. 그렇게 집에만 있던 고양이와 자동차 경주 연습을 하던 사마귀가 만나 경주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로 진화한 것입니다!^^ <고양이와 사마귀의 대결 출세 말판> !!! 기존의 것들을 조합해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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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가며 말판을 구성해나갔습니다. 마치 컷만화처럼 고양이와 사마귀가 만나서 어떻게 경주를 치르고 골인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말판의 칸들에 하나하나 담아낸 것입니다. 말판 내용의 큰 틀을 잡은 후, 우리는 규칙을 정하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말판 놀이에서는 규칙이 어떤지에 따라 재미가 결정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여러 규칙을 제안했습니다. 그 중 재밌던 것은 꽝 주사위인데, 꽝 칸에 들어가면 꽝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뒤로 가야 하는 벌칙입니다. 또한 이지모드(easy mode) 하드모드(hard mode)를 구분했는데 하드모드는 도착 칸까지의 숫자와 주사위의 숫자가 딱 맞아떨어져야 골인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시 도착 칸에 들어가지 못하게 차례가 넘어가 버립니다.(예를 들어, 도착 칸까지 2칸이 남았을 때 주사위 숫자가 4가 나오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지모드는 하드모드의 규칙이 없는 버전입니다. 벌칙 칸들을 배치한 후 중간중간에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수 있는 칸과 앞으로 두 칸 더 갈 수 있는 칸 등 유리한 칸도 만들어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말판의 규칙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검토는 어떻게 하지?
그렇게 도안을 완성해 모의로 놀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이들은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말판의 규칙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검토하였습니다. 사실 검토보다도 말판 자체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습니다.^^
두 번째 시간
두 번째 시간에는 첫 시간에 왔던 아이들이 몇 명 빠지고, 새로 들어온 아이들도 있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수업을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필요할 때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새로 온 아이들이 활동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첫 시간에 그렸던 도안을 토대로 더 큰 도화지에 말판을 만들어 완성하는 날입니다. 먼저 도화지가 새하얘서 허전해 보이는 말판의 배경을 칠해야 했는데, <고양이와 사마귀의 대결 출세 말판>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색을 하나씩 골라 물감으로 넓게 칠해주었습니다. 이때 배경이 될 색이기 때문에 말판의 칸들이 잘 보이게끔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 연하게 칠하자고 제안했더니 아이들이 바로 동의하고 제안대로 했어요.
‘이건 협동이야’, ‘다 같이 하는 거야'
처음에는 각자 색을 하나씩 맡아 칠하다가 우연히 서로의 물감이 섞이며 새로운 색이 나오는 것이 재밌었는지 또 다른 물감을 같이 섞어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작업 중간에 자신이 칠한 영역이 침범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이건 협동이야’, ‘다 같이 하는 거야’ 등의 말을 하며 단체 작품임을 상기시켜주는 모습에 ‘아이들이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배경을 완성한 후, 말판의 칸이 되어줄 그림을 그리기로 했어요. 각자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린 후 도안을 보며 각자 맡을 칸을 골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마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던 여자아이들도 함께 만들어낸 말판의 주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노력해서 사마귀를 그려내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반려동물로 사마귀 ‘민트’를 키우는 아이는 사마귀를 어찌나 자세히 그리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답니다. 그렇게 하나둘 그림을 완성해나가고, 말판 위에 동그라미들을 올려 위치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동그라미 색깔 스티커들을 말판의 배경에 붙여 심심하지 않게 꾸며주었습니다. 길동무와 물결이가 말판의 칸을 붙일 동안, 아이들은 클레이로 경주에 참여할 말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손에서 귀여운 고양이 셋과 사마귀 셋이 뚝딱 만들어졌어요.
지난 시간에는 말이 없어 지우개로 대체했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만든 말로 놀게 되어 더욱더 신이 난 아이들입니다. 말판 중간중간에 벌칙 칸이 많아서 끝날 때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는 스릴 넘치는 놀이가 되었어요.
아이들이 직접 스스로 규칙도 정하고 말판도 디자인하고 이야기도 만들어가며 성취감과 창의력을 키우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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